이 제품 뜰까 |
AMD 페넘 II X6 2부 - 페넘 II X6 뭐가 달라졌나? |
AMD의 새 무기, 페넘 II X6, 코드명 ‘투반’은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새로운 CPU가 나오면 사람들은 CPU 아키텍처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공정 기술은 어떻게 새로워졌는지, 새로운 기술은 무엇이 더해졌는지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시작부터 김빠지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 페넘 II X6는 종전 페넘 II X4와 비교하여 아키텍처에 큰 변화는 없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공정상의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코어 개수만 올린 것은 아니다. AMD의 새 프로세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조용한 변화, 코어 숫자만 1.5배?!
페넘 II X6는 종전 페넘 II 시리즈와 같은 K10.5 아키텍처에 바탕을 둔다. 페넘 시절의 K10 아키텍처가 페넘 II 시대의 K10.5 규격으로 바뀔 때에는 비록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정수 연산 능력을 한차원 끌어올리고 3차 캐시 메모리 용량을 크게 늘려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페넘 II X6는 그러한 변화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다. 코어 하나당 능력은 페넘 II X2나 X4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는 말이다. 45nm SOI 공정 기술로 만드는 것은 페넘 II X4와 같고, 코어 하나에 512KB 2차 캐시 메모리를, 전체 코어가 공유하는 6MB 3차 캐시 메모리를 넣은 것 역시 같다. DDR2와 DDR3 메모리 컨트롤러를 모두 지닌 것도 같다. 코어 숫자가 늘어나면서 2차 캐시 메모리 용량이 늘어나기에 2차와 3차를 합한 총 캐시 메모리 용량이 10MB로 늘어난 정도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된다. 핵심은 6코어와 작동속도를 높이는 ‘터보코어(TurboCore)’ 기술이다. 양적, 질적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아키텍처의 ‘변화 없음’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인텔 역시 6코어 프로세서인 ‘코어 i7 980X’를 내놓으면서 종전 네할렘 아키텍처에 변화를 주지 않고 코어 숫자만 늘린 결과물을 냈다. 보통 코어 개수를 늘리는 것은 새로운 아키텍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에 하는데, CPU 제조사들은 여러 새로운 기술을 한 번에 적용하다가 실패를 맞는 위험 부담(리스크)을 줄이고자 하기에 이러한 변화의 틀을 벗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나쁘게 말하면 페넘 II X6는 코어 숫자만 두 개 늘리고 터보코어라는 기술 하나만을 더했을 뿐 새로울 것은 전혀 없는 CPU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다른 점이 페넘 II X6의 가장 큰 무기이기도 하다. 코어가 두 개 늘어난다는 것은 작업에 따라 상당한 성능 향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어떤 프로그램 하나를 실행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프로그램은 보통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작업(Task)으로 이뤄진다. 두 개 이상의 작업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으나 보통은 하나의 ‘작업=하나의 프로그램 실행’으로 이어진다. 윈도우의 작업 관리자에서 볼 수 있는 프로세스 목록이 실제로 떠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작업은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최소한의 단위는 아니다. 작업은 다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스레드(Thread)로 나뉜다. 작업이 어떤 ‘일’ 그 자체를 말한다면, 스레드는 이러한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쪼개놓은 ‘업무 흐름표’에 가깝다. 예를 들어 ‘이사’라는 작업은 혼자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업무 표를 짜놓고 여러 사람이 서로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짐을 나르면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멀티 코어 시대 흐름 따라
지금의 x86 CPU는 기본적으로 하나의 CPU가 하나의 스레드를 다루도록 되어 있다. 그러기에 쿼드코어 CPU라면 한 번에 네 개의 스레드를 처리할 수 있으며, 헥사코어는 여섯개의 스레드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만약 CPU의 자원을 최대한 끌어 쓰면서 하나의 스레드로 이뤄진 작업을 하나만 할 경우 페넘 II X4와 X6는 그리 차이가 없는 성능을 낸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동시에 여섯개 해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대로 된 성능을 내기 어렵다. 또는 작업 네 개를 동시에 하면서 인터넷 등 부담이 적은 작업이라도 해도 다른 일을 더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 코어가 많은 페넘 II X6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지금까지 CPU 제조사들이 코어 숫자를 꾸준히 늘려온 이유는 공정 기술 발전에 한계가 오면서 예전처럼 코어당 속도를 무한대로 높이기 어렵게 되고, 획기적인 IPC 성능 향상을 자랑하는 아키텍처 개발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는 물리적인 이유 외에도 주요 소프트웨어들이 멀티 코어와 멀티 스레드를 염두에 둔 디자인으로 변하고 있다는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과거에는 서버용 어플리케이션이나 전문가용 프로그램이 아니면 멀티 스레드 설계를 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쿼드코어같은 CPU를 쓸 때 더 효과적인 성능을 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날 것이며, 페넘 II X6처럼 코어가 많은 CPU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물론 페넘 II X6의 50% 늘어난 코어가 무작정 뛰어난 성능을 약속해주지는 않는다. 여전히 간단한 유틸리티나 많은 캐주얼 온라인 게임은 단일 스레드 설계를 하기에 코어가 늘어도 성능은 그리 나아지지 않는다. 또한 멀티 태스킹 역시 가정에서 자주 쓰는 프로그램이 CPU에 많은 부담을 주지 않는 이상 코어가 두 개 늘어난다고 확실한 체감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동영상 인코딩처럼 코어가 많을수록 확실히 유리해지는 작업을 자주 하며, 멀티 스레드 설계를 대부분 하고 있는 최신 게임에 관심이 많다면 페넘 II X6는 분명한 매력을 갖고 있다.
알아서 ‘뻥튀기’하는 CPU, AMD 터보코어 기술
코어 개수를 4개에서 6개로 늘린 것은 큰 사건이지만 반대로 굳이 나쁘게 말하자면 페넘 II X4에서 쓰던 아키텍처에 큰 변화 대신 코어 숫자만 두 개 늘린 CPU라는 불평도 놓칠 수는 없다. 늘어난 코어는 작업에 따라서는 꽤 뛰어난 성능 향상을 가져다주지만 모든 작업이 멀티 코어의 장점을 얻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단일 스레드 작업의 성능 문제에 대해 AMD는 어떠한 답도 내놓지 않은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AMD의 터보코어(TurboCore) 기술이 이러한 사용자들의 목소리에 대한 대답이다.
AMD와 인텔 모두 새 CPU를 만들 때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가 ‘작동 속도’와 ‘발열/전력 소비량’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엮여 있기도 한데, 전력 소비량이 늘어나면 에너지 절약이라는 흐름을 거스르기도 하지만 늘어나는 발열로 CPU의 작동 속도를 높이는 데 훼방을 놓기도 한다. 열을 줄이고자 작동 속도를 낮추면 전체 CPU 성능, 그 가운데 코어가 늘어나는 혜택을 보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성능에 불만이 생기게 된다. 아키텍처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하는 이상 CPU 제조사들은 발열을 어느 정도 선에서 억제하고 그 범위 안에서 작동 속도를 높이는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
지금까지 AMD와 인텔은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다른 길을 걸어왔다. AMD는 작동 속도에 더 민감한 마니아의 입장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발열이 지나치게 많지 않은 범위 안에서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도록 배수 제한을 푼 ‘블랙 에디션’ CPU를 내놓아왔다. 하지만 인텔이 네할렘 아키텍처 CPU를 내놓을 때 선보인 ‘터보부스트’ 기술은 마니아가 아닌 보통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기술이다. CPU 스스로 전력 소비량, 발열량, CPU 점유율을 계산해 작업이 많지 않을 때는 코어 몇 개의 작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나머지 코어의 작동 속도를 끌어 올렸다. 이 방법은 오버클러킹처럼 초보자가 하기에 어렵지 않으며, 멀티 코어 CPU의 아킬레스로 꼽혀온 단일 스레드 작업의 성능까지 높여주었기에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터보 코어도 멀티 프로세싱 효과 노려
AMD가 페넘 II X6에 넣은 터보코어 역시 인텔 터보부스트와 그 생각의 뿌리는 같다. 전력 소비량과 발열의 한계 범위 안에서 쓰지 않는 코어의 작동을 최대한 늦추고 나머지 코어의 작동 속도를 끌어 올려 성능을 높인다는 생각이다. 일부 코어의 작동 속도와 전압을 낮춰 여유가 생긴 전력 소비량과 발열의 폭을 다른 몇 개의 코어로 집중하면 어떻게 될까? 정해진 코어는 보통 때보다 더 빠르게 작동하지면 CPU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발열은 큰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AMD의 블랙 에디션 CPU는 정해진 기본 TDP를 뛰어 넘는 CPU의 실제적인 발열 한계 범위 안에서 사용자가 스스로 책임을 진다는 전제조건을 내건 ‘판만 깔아 준’ 것이라면, 터보코어는 일부 코어의 작동 속도를 희생하고 다른 코어의 성능을 높이는 일종의 ‘올인’ 전략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작동 속도를 높이는 단계와 살려두는 코어 개수가 다르다. 인텔의 터보부스트는 두 개의 코어만 쓸 때는 2배수(266MHz), 한 개만 남겨둘 때는 4배수(533MHz)를 빠르게 한다. 하지만 그와 달리 AMD 터보코어는 페넘 II X6를 기준으로 세 개의 코어를 쓸 때 500MHz 정도 속도를 높인다. 즉, 코어를 다 쓰는가, 절반만 쓰는가의 두 가지 선택 뿐이다.
이렇게 속도를 높이는 단계를 여러 단계로 나누지 않고 단순하게 만든 이유는 설계의 복잡성은 둘째 치고 ‘완전한 싱글코어 CPU’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 때문이다. 실제로 단일 스레드 전용으로 나오는 프로그램은 점차 줄고 있으며, 나온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속도에 민감하지 않은 캐주얼 게임이거나 작은 유틸리티인 경우가 많기에 ‘터보 모드를 쓴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코어 숫자가 필요하다’는 AMD의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또한 코어를 절반만 쓰는 상황에서도 작동 속도를 최고 500MHz까지 높일 수 있기에 인텔의 터보부스트의 최고 단계와 비슷한 수준까지 속도가 빨라지는 만큼 사용자 입장에서 아쉬울 것은 없다. 따로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아니며 메인보드의 BIOS에서 터보코어 기술을 쓸지, 그렇지 않을지만 정해주면 CPU가 알아서 상황을 판단해 속도를 높이고 낮춘다. 인터넷만 즐길 때는 모든 코어의 속도를 최대한 끌어 내려 전력 소비량을 줄이고, 코어 숫자가 많지 않아도 되는 게임에서는 코어 절반만 속도를 한계 이상으로 높여 더 좋은 성능을 낸다. 동영상 인코딩처럼 코어를 있는대로 전부 활용해야 한다면 정해진 최대 속도를 낸다. 페넘 II X6는 이 세 가지 모드를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바꿔가며 쓰고 있는 것이다.
터보모드는 페넘 II X6만의 것인가?
코어가 늘어난 것 말고는 유일한 새로운 기술인 터보코어. 그것은 과연 페넘 II X6만의 것일까? 새로운 기술은 늘 최고급 모델에 먼저 쓰이며 시간이 꽤 지난 뒤에 중급 또는 보급형 모델에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페넘 II X6에서 선보인 이 기술을 쿼드코어 모델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멀지 않았다.
AMD는 2/4분기 안에 코드명 ‘데네브’로 불리는 지금의 페넘 II X4의 뒤를 잇는 페넘 II X4 T 시리즈, 코드명 ‘조스마(Zosma)’를 내놓을 계획이다. 사자자리에 있는 별자리 이름인 조스마는 비록 낯익은 이름은 아니지만 AMD가 지금 세대의 CPU의 코드명을 짓는 기준인 ‘Stars’를 벗어나지는 않는다. 아키텍처와 작동 속도는 지금의 페넘 II X4와 다를 바 없지만 터보코어 기술을 받아들여 작동 속도를 400MHz 정도 높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페넘 II X4 960T같은 모델은 지금의 페넘 II X4 965와 같은 3GHz 속도를 내지만 코어 두 개를 줄여 듀얼코어 모드로 작동하게 되면 3.4GHz까지 속도가 빨라진다. 페넘 II X6와 달리 터보코어 모드의 작동 속도가 줄어든 이유는 코어가 두 개 줄어들면서 발열이 그만큼 줄어들어 늘이고 줄일 수 있는 TDP의 범위도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보코어 기술을 쓴 페넘 II X2나 애슬론 II 시리즈 CPU는 아직 계획이 없다. 칼리스토 코어를 쓰는 페넘 II X2는 앞으로 같은 코어 모델을 한두 종류 더 내놓을 계획이며, 애슬론 II 시리즈는 지금의 프로푸스, 라나, 레고르 코어 체계에 변화를 줄 계획이 없다. AMD는 이러한 체계를 유지해가며 2011년에 내놓을 헤테로지니어스 코어 CPU, ‘불도저(Bulldozer)’ 아키텍처 CPU에 모든 것을 건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다.
글 : 김준연 아이클럽 팀장
기획 : 다나와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상품전문 뉴스 채널 <미디어잇(www.it.co.kr)>
|
'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램을 호일에 감싸는 이유는? (2) | 2010.06.20 |
---|---|
AMD 페넘 II X6 1부 - 손에 닿는 6코어 (0) | 2010.06.20 |
텍스트큐브 닷컴 블로그 데이터 초기화및 복원하기 (0) | 2010.06.19 |
텍스트큐브 데이터 티스토리로 이전하기 (0) | 2010.06.19 |
인텔 Pentium 1 프로세스 (0) | 2010.06.18 |